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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집단행동에 가담했던 사람 치고 책임을 추궁 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나중에 자신의 내면에서 고개를 드는 책임감과 죄책감을 감당할 수 없는 법인데 그날 다리에 있었던 아이들이 그 사건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재러드에게 물으니 그는 좀 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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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 있던 아이 중에 제가 아는 어떤 아이는 그 일에 대해 말하는 것도 싫어하고 그곳에 있었던 또 한 아이는 엄청난 술고래에 파티광인데 그가 대학에 들어가서 첫 1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어떻게 자존심을 지니고 살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라며 지방 신문에 난 패트릭의 사망 기사와 여러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 해둔 것을 보여주었고 그 신문에는 현장에 있던 다른 아이들이 이 소년의 죽음에 미쳤을 수도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지만 재러드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른 아이들의 역할은 결정적인 것이었는데 만일 제가 술에 취해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면 그들은 저를 구하러 물로 뛰어들까 궁금한데 저라면 그렇게 했을 텐데 친구든 친구든 아니든 저는 뛰어들었을 거지만 그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911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제가 그와 친한 친구였던 건 아니지만 저는 축구 경기장에서 그의 옆자리에 서 있었어요.

또래와 함께 있는 청소년들의 특성

사회적 잔인성을 보여주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패트릭의 경우처럼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처럼 집단의 행위는 아이들에게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길 수 있으며 설사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괴롭힘을 당하거나 거부당하거나 비참하게 희생되는 학교 내의 아이들을 생각할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고 패트릭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사건은 집단이 어떻게 그리고 왜 그토록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으며 집단의 존재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집단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아이들의 욕구는 각 개인들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무모하게 행동하게 하고 판단력을 마비시키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집단 앞에서는 아이들의 도덕심과 개인적 책임감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며 일반적으로 어린이들 특히 청소년들은 또래와 함께 있을 때는 평소와 행동이 달라지지고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는 혼자 있을 때보다 남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에 더 둔감해지고 재러드가 만약 자기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물로 뛰어들지 않고 구경만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이며 무책임하게 달아난 아이들을 그가 용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래서 라고 나는 생각하며 패트릭이 오직 한 명의 친구와 그 다리에 갔다고 상상해보면 그 친구는 패트릭이 썩 내키지 않아 하는데 더 높이 올라가라고 몰아대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 친구는 위험한 상황까지 그를 내몬 것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느꼈을 것이고 그 친구는 패트릭이 느꼈던 두려움을 공감했을 것이고 설사 그가 그다지 직관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그는 패트릭의 입장에 대해 나 몰라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어쩌면 패트릭이 체면을 구기지 않고 다시 내려올 수 있도록 어떤 방법을 마련했을 지도 모르며 마지막으로 이 가상의 친구는 만일 패트릭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구조를 하거나 혹은 경찰과 그의 가족에게 알리는 일이 오로지 자기 혼자만의 책임이 되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고 패트릭이 강으로 뛰어들었는데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다른 친구들 없이 혼자 그 현장에 있던 그 가상의 친구는 패트릭을 찾을 때까지 몇 번이고 미친 듯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를 구하려고 노력했을 것인데 일 대 일의 관계였다면 한 친구는 다른 친구에 대해 개인적인 책임을 느꼈을 것이고 괜찮을 거라고 그 친구를 안심시켜주는 것은 물론 그를 도와주고 구조를 요청할 책임을 느꼈을 것이고 친구라면 그의 입장에 공감을 했을 것이고 뛰어내리는 행동에 대해 패트릭이 느끼는 두려움과 다리에서 도로 내려오는 것에 대한 굴욕감 그리고 그 순간의 공포를 함께 느꼈을 것이고 그런데 집단 내에서는 그런 공감과 그런 책임 의식이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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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행동의 법칙

집단행동의 법칙이 다리 아래에 있던 10대들로 하여금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몰아간 것이고 집단의 힘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그들은 패트릭을 부추기고 조롱하고 그를 내팽개쳤고 평범한 인간적 감정이나 우정 따위는 집단생활의 위력 앞에 압도당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 아이들의 도덕적인 잘못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지 집단의 존재로 인해서 개인의 도덕적인 책임과 공감이 흐려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내가 5장에서 말한 집단생활의 위력은 때로 끔찍이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났고 어떤 스포츠 팀에 갈채를 보내고 환호하게 만드는 그와 같은 위력이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누군가를 부추길 수도 있으며 스타플레이어로 하여금 자기를 도와준 팀 동료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게 하는 그 힘의 이면이 집단 내의 책임을 분산시켜 아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고 모두 하나가 되어 기립박수를 치도록 이끄는 그와 같은 위력이 그들을 폭도처럼 행동하게 만들 수 있으며 폭도들의 심리 상태가 빚은 비극적 결과를 운동경기와 비교함으로써 그 사건을 축소할 의도는 없고 물론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이와 같은 비극 친구를 골탕 먹이는 의식이 부른 죽음 괴롭힘을 당하고 거부당했던 어린이의 자살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지만 이처럼 집단생활의 해악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집단의 일반적인 역학을 이해해야 한다.

 

책임의 분산

먼저 책임의 분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패트릭이 다리 위의 높은 곳에서 다시 내려가고 싶어했을 때 그들 무리 중에는 이렇게 생각한 아이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는데 강으로 뛰어내린 패트릭이 물 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때 강둑에 앉아있던 많은 아이들이 그를 구하러 뛰어 들고픈 충동을 느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지만 물살에 대한 두려움이든 혹은 설사 다친 소년을 찾더라도 그를 도울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든 간에 그들은 두려움으로 마비되어 꼼짝도 하지 않았고 몇몇은 술 때문에 꼼짝 못하기도 했고 그렇지만 그들을 실제로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으며 아무도 한 개인으로서 패트릭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웅성거리며 둘러서서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것으로 두려움과 혼란을 표현하고 있었으며 모두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었으며 행동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명확한 집단행동 지침 또한 없었으며 만일 누군가가 그에 어울리는 권위로 벌떡 일어나 다음과 같이 소리쳤다면 그 집단은 그렇게 무기력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나 이 경우엔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집단의 유일한 충동은 현장에서 도망치는 것이었으며 일단 두어 명이 차에 올라 줄행랑을 놓자 모두가 달아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으니 결속력이 있는 집단은 우리 편 저편 혹은 내부 대 외부에 대해 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으며 학교 간의 경쟁 팀의 경쟁 정치적당파의 경쟁 지역 모임의 경쟁 국가 사이의 경쟁 등에 대해 생각해보면 주류에서 제외된 사람들 집단에 의해 자신들과 다르거나 열등하다고 간주된 누군가에 대한 집단적인 박해에 가담하는 일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고 심지어는 패트릭 같은 내부인 조차 갑자기 외부인이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단결에 대한 집단의 요구가 얼마나 막강한 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 중 한 사람에 대한 환호가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집단 외부의 누군가에 대한 야유로 변할 수 있으며 집단생활에 작용한다고 보아왔던 사회적인 힘 즉 응집력 집단의 동질감 배제와 포함은 긍정적인 목표와 파괴적인 목표를 위해 동시에 발휘될 수 있으며 열심히 함께 운동하고 포옹과 축하의 말로 승리를 기뻐하는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탈의실에서 패거리를 지어서 자기들끼리 괴짜라고 규정한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으며 흐느끼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모였던 6학년 여학생들이 갑자기 어떤 여자아이를 공격하고 그녀에게 악의적인 험담을 늘어놓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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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집단을 부정적인 행동으로 이끄는 원인 중에 모험이행이라는 게 있으며 모험이행은 어떤 사람이든 집단에 소속되어 행동할 때는 그 사람이 혼자 행동할 때보다 더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일컫는데 그래서 어느 주에서는 10대 청소년이 새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경우에는 반드시 어른과 동승해야 하며 10대 친구들만을 가득 태운 차는 운전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출처 : 또래집단 (마이클 톰슨 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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