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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녀의 미래를 보장하진 못한다 해도 애착은 당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미래의 대비책이며 물론 충분한 애착이 반드시 순조로운 항해와 일치하지는 않으며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는 목적지가 정해지지도 않은 거친 항해가 될 수 있는 여정에 아이들을 내보낼 채비를 해야 하며 거친 물살을 거스르려 애쓰기보다는 단단한 돛이 있는 튼튼한 배를 만들고 또 마음이 맞는 동료를 골라야 폭풍우 같은 성장의 아픔을 맞았을 때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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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 어린이집

아이들의 친구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갖게 되는 친교 능력이 연령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이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알아보기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즉 나의 이웃들을 소개하려하며 핼러윈데이를 이틀 앞둔 10월의 어느 맑은 날 나뭇잎들이 알록달록 물들어 떨어지려고 하는 이맘때 쯤이면 아이들의 우정은 활짝 꽃피어우리 동네 어딜 가나 쉽게 아이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 마을은 보스턴에서 겨우 10마일 정도 떨어진 교외에 자리 잡고있으며 플레즌트 거리는 양쪽으로 집들이 늘어선 넓은 도로로 대부분의 집들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으며 그중에는 새로 개조를 해서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건물도 있는데 장례식장 등이 그에 속하며 그 건물들 가운데 멋진 벽돌 건물이 하나 있는데 사과나무라는 간판을 손으로 직접 그려 현관에 내건 그 건물은 누가 보아도 첫눈에 어린이집임을 알 수가 있으며 어린이집들이 거의 그렇듯이 건물 입구는 따뜻하게 환영하는 분위기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방문객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분위기가 공존하며 현관문을 들어선 방문객의 앞을 다시 한번 막아서는 문에는 다이얼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여러분 자녀의 안전을 위해 이 문은 반드시 잠가주시기 바란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으며 늘 굳게 잠겨 있는 그 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잠시 기다려야 하며 마침 이곳의 책임자인 로즈메리 히긴스 씨가 우리를 반겨주는데 그는 예전에 저택의 식당이었던 곳을 개조해 만든 유아방으로 우리를 안내하며 바닥에는 밝고 화려한 색의 방수용 카펫이 깔려 있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려면 흰색으로 된 유아용 출입문을 넘어가야만 하며 여섯 명의 아기들이 그곳에 들어서는 이들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맞이하는데 그중 넷은 앉아 있고 하나는 누워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유아방의 책임자인 베치의 품에 안겨 있고 학계에서는 우정이 언제 시작된다고 볼 것인지 논란이 있지만 어린이집 교사들 사이에서는 그런 논란이 없고 가장 어린아이들이 모여있는 이곳 유아방 어린이들 대부분은 아직 딱히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없고 하지만 그중 몇 명은 예외여서 그들에게는 분명히 친구가 있고 우리는 어린이들 사이에 나타나는 우정의 첫 신호들을 찾아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고 연구에 따르면 유아의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지리적 인접성과 친밀감이며 아기들이 누군가와 사귈 수 있으려면 친구로 선택 가능한 한 무리의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같이 있어야 하고 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만큼 서로를 자주 볼 수 있어야 하며 또래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집에서도 우정이 싹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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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위한 기술 

아기들이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한 가지 기술이 더 필요하며 최소한 기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자신이 호감을 갖는 다른 아기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다른 아기들로 북적대는 방 안에서 어떤 아기가 한 아기에게 강한 호감을 느낄 수 있지만 어른이 그 마음을 눈치채고 옆에 데려다주거나 스스로 기어가기 전까지는 한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소규모 집단에는 스스로 기어갈 수 있는 아기가 네 명 있고 지금까지는 그중의 한 쌍이 친한 사이로 발전해 있었으며 조너선과 엘리너는 서로를 좋아하며 그들은 각각 태어난 지 8개월과 10개월이 되는데 심리학자들이 관찰하고 평가할 정도의 우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연령인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마다 엘리너가 엄마와 함께 오면 조너선이 먼저 도착해 있는 날이 종종 있으며 엘리너를 옆에 내려놓으면 조너선은 방글방글 웃으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게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 둘은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며 그러다가 엘리너가 유아용 식기의 뚜껑을 집어 들곤 엘리너는 그 뚜껑을 흔들다가 입으로 가져가서 다시 조너선을 쳐다보며 눈을 맞추더니 침이 묻은 뚜껑을 조너선에게 내밀면 조너선은 그 뚜껑을 받아 들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바닥을 두드릴 때 엘리너가 몸을 앞으로 숙여 팔을 바닥에 대고 기는 자세를 취하며 엘리너는 조그마한 장난감 상자가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고 그러자 조너선은 갑자기 다른 데로 가려는 엘리너의 행동에 당황한 듯한 얼굴로 곧바로 엘리너의 뒤를 따라가고 조너선이 엘리너가 있는 곳으로 가자 엘리너가 몸을 돌려 둘이 눈을 맞추고 콧물이 나온 코를 서로에게 비비며 반갑게 인사하며 두 아기는 즐겁게 웃는데 이것이 우정일까 유아방에 있는 다른 유아들은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대개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되며 그러면 자연히 서로를 쳐다보게 될 것이고 때로는 호감을 나타내는 몸짓을 하기도 하며 이것이 앞서 언급한 조너선과 엘리너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가 장난감을 준다는 행위가 의미 있는 관계로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일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는 유아들이 말을 못 하므로 나는 정말 쟤를 정말 좋아하고 저 앤 내 친구예요라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고 단지 그들의 행동을 보고 추측할 뿐이다.

유아친밀도 측정

연구자들은 유아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친밀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그들의 행동을 녹화한 다음 행동을 분석하며 그런데 어린이집 교사들의 경우 이런 녹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며 베치는 조너선을 생후 7주부터 보아왔기 때문에 조너선이 다른 유아들에게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며 베치의 말에 따르면 조너선은 엘리너가 없으면 어쩔 줄 몰라하고 엘리너가 옆에 있으면 쾌활해진다고 하며 그 어린이집에 있는 어른들은 조너선과 엘리너를 보면서 행복해하고 그들의 우정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조너선과 엘리너가 발달 단계상 우정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지 혹은 서로에 대해 신비한 매력을 느낀 것인지 다시 말해 어린이판 소울메이트 인지는 아무도 모르며 유아방에 아직 친구가 없는 다른 아이들은 어떤 자질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축구팀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그 아이에게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고 그들 중 일부는 단지 발달 단계상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한 것이고 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면 그들이 서로에게 전혀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며 유아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접촉하려 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경우이지만 그들은 짬짬이 어른들을 주시하며 아이들은 어른들이 누구에게 우유를 먹이는지 누구와 놀아주는지 누구의 기저귀를 갈아주는지를 눈여겨보고 있으며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이 받고 있는 보살핌을 보고 자기도 배가 고프거나 기저귀가 젖었거나 혹은 그냥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들은 울거나 아니면 색색의 공을 던지거나 혹은 나무 블록 위에 설치된 롤러코스터 레일 위로 공을 굴리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혼자서 노는데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를 익히고 있는 중이며 어른들에 대한 자신의 애착을 지속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만사가 순조롭고 있어야 할 우정이 없는 것이 아니며 단지 그들의 레이더망에 우정이 아직은 포착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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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아들 중에 더러는 사교 능력이 지금보다 많이 향상되어 있을 1년 후까지도 여전히 친구와 사귀는 것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들에게는 혼자서 혹은 어른들과 함께 정복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며 아이들이 우정이라는 감정에 이르게 되는 진도는 각자 다르며 조너선과 엘리너의 우정은 보기에 사랑스러우나 그것이 모든 어린이들이 가져야 하는 우정의 기준은 아니다.

 

출처 : 또래집단 (마이클 톰슨 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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