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의 토대와 애착 형성의 관계

부모의 수용적인 태도와 세심함이 바람직한 애착을 이룬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상대가 언제든지 자기 말을 들어주고 필요할 때면 기꺼이 자기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으며 애정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사회적 경험이 수백 번 수천 번 차곡차곡 쌓이면 이것이 사회생활에 대한 아이의 기대치를 형성하며 아이는 자기 자신을 보살핌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반면에 아이에 대한 양육자의 무신경은 불안정한 애착을 낳으며 다른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는 사람이며 스스로를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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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애착과 불안한 애착

단단한 애착이 아이의 바람직한 친구 관계에 기초가 된다면 불안한 애착은 이러한 관계를 어렵게 하며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친구가 될만한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거나 너무 많은 요구를 하거나 혹은 대장 노릇을 하며 으스댈지도 모르며 또 어떤 아이는 좋은 우정을 맺는 데 필요한 상호작용을 피하면서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못할 수도 있으며 거절당하거나 고통받거나 상처 입을 것을 지레 두려워한 나머지 오히려 상대를 먼저 때리며 덤벼들어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져 버리는 수도 있으며 그런 아이는 또래를 바라볼 때 언젠가는 친해질 수 있는 잠재적 친구나 지인으로 여기는 대신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나 샌드백처럼 자기를 겁먹게 하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보는데 심리학자들이 애착에 대해 말할 때 충족되지 않은 애착 욕구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아이들에게는 자기를 보살펴주는 사람이 믿음직하고 견실하고 친절하고 애정이 깊고 호의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에게는 이 세상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주고 다정하게 안아줘야 하며 놀이방이나 운동장이나 교실에서 아이들이 만날 때 그들의 상호작용은 각각의 애착 욕구들이 얼마나 잘 충족되었는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고 아이들이 집을 나와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때 그들은 이미 백지상태가 아닌 것이고애착 욕구가 잘 충족된 아이들 집단은 행복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으며 반면에 애착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은 아이들은 내성적이거나 공격적이며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거나 차례를 지키는 일에 미숙할 수 있으며 물론 가장 단단한 애착을 이룬 아이라고 할지라도 친구 관계에서 평범한 오르내림은 있을 수 있지만 때로는 채워지지 않은 애착 욕구가 미래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으로 보살핌과 유대감에 대한 강렬한 바람으로 아이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헌신적인 친구가 되는 것으로 자신들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보충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불안한 애착을 이룬 아이들이라고 해서 꼭 좌절하고 움츠리고 집착하고 공격적이고 불안한 삶을 살아갈 운명인 것은 아니고 다만 그런 아이들이 사교 세계의 복잡한 지형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가적인 도움이 필요할 수있으며 아이의 욕구불만이 점점 깊어질수록 훗날 그것을 채우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으며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억눌릴 것을 미리 예상하는 아이는 동료들에게 맞서지 못하고 위축되거나 혹은 오히려 자기가 먼저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으며 자신의 욕구를 강력하게 주장할 용기가 없는 아이들은 친구나 자신이 속한 집단이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따르려 들지도 모르며 나는 학교에서 종종 그러한 아이들을 보며 하지만 우정에 대한 내면의 모델이 적절하지 못하거나 해롭기까지 하다는 것을 행동을 통해 드러내 보이는 사람이 비단 아이들만은 아니고 내 상담실을 찾은 사람들 중에도 우정을 발전시키고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꽤 많으며 그들이 풀어놓는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들이 어머니에 대해 애착 불안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그 불안이 어른이 되어서도 친교에 대한 불안과 조바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레베카의 사례

그중에 레베카라는 환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유치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엄마가 자기를 어떤 태도로 맞아줄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며 레베카의 엄마는 재미있고 유쾌하고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사랑을 쏟는 사람이었으며 그녀는 레베카를 유명한 장난감 가게에 종종 데려가서 굉장한 장난감을 사주곤 했고 그다음 날에는 딸이 뭔가 못된 짓을 저질렀다고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전날 사온 장난감을 갖고 놀지도 못하게 했고 그날 밤에는 자기가 불면증과 씨름하는 동안 딸을 깨워서 자기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했고 그들은 나란히 앉아서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보았고 엄마는 쉴 새 없이 떠들고 담배를 피웠고 엄마는 옆에 앉혀놓은 네 살배기 딸에게서 위안을 얻고 싶어 했고 레베카의 엄마가 딸에게 보였던 애착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것이었으며 어린 소녀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걱정에 항상 불안했으니 레베카가 자기 친구들이나 연인을 쉽게 믿지 못하고 그들을 피하려 하거나 오히려 공격하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고 그녀는 경계심 때문에 친구들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곤 했고친구에게 좀처럼 마음을 주지 못하는 레베카의 스타일은 그녀를 몹시 외롭게 만들었고 그러나 스스로 관계의 모델을 바꾸기란 쉽지 않았고그녀에게 도움이 된 치료 방법 중 하나는 그녀의 삶에 믿음직스럽고 호의적인 사람을 심어주는 것이었으며 그 사람은 그녀의 믿음을 갑자기 배반하지 않는 사람이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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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상 일이 그런 식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고 훗날의 우정이 과거의 채워지지 못한 욕구를 충족시킬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으며 나는 종종 심리 치료를 받는 성인들에게 그들이 받았던 끔찍한 마음의 상처를 어떤 방법으로 이겨냈는지를 물어보면 학대와 방치라는 끔찍한 과거사를 훌륭하게 극복해낸 사람들의 뒤에는 대부분 좋은 친구나 후원자가 있었으며 숱하게 배반당하고 버림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몇몇 사람과는 어렵게나마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어나갔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공격적이고 위축되고 두려움 가득한 겉모습 밑에 감춰져 있는 아이의 실제 모습을 보아내고 끊임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특별한 사람들이었으며 특히 자신도 고통을 당하고 이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관계를 맺기도 했고 그 나머지는 이들을 학대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존엄과 존중으로 대했던 어른들의 도움으로 극복한 경우였고 하지만 결국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를 접고 애완동물 인형 이야기 속 주인공 또는 상상 속의 친구들에게서 위안을 얻은 사람들도 있었고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거나 지나치게 걱정이 많은 경우 외에도 아이의 애착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으며 엄마와 아이의 기질이 완전히 정반대여서 서로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즉 아이는 매우 활발하고 떠들썩한 반면 부모는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사람이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있으며 아이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사람들과의 교제를 지속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으며 좌절감과 스트레스가 많은 부모는 단단한 애착을 위해 아이가 필요로 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으며 최근에 유산을 했거나 부모를 여의고 비탄에 잠긴 엄마라면 아이의 욕구에 반응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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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심지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임산부에게 그녀의 주변 사람 중 누가 죽었고 어떤 슬픔을 겪었는지를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태어날 아이의 애착이 얼마나 단단하고 안전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만약에 엄마가 상실감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녀의 아이는 단단한 애착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고 마찬가지로 아이가 보호자를 잃게 될 경우에도 새로운 보호자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는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출처 : 또래집단 (마이클 톰슨 외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