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집단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한 살 배기들이 선택한 우정

꿈날개 2022. 3. 8. 15:49

내가 학교를 졸업한 1970년대에는 유아들은 최소한 세 살 이전에는 누군가와 조화를 이루어 함께 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진정한 우정은 없다고 배웠으나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이루어진 조사에서 생후 첫해에 아기들의 우정이 나타나며 그렇게 한 살 배기들이 선택한 우정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한 연구에서 두 살배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기 아기가 맺은 또래 관계 중에서 75퍼센트 정도가 13개월 정도 지속되더라는 보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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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호작용 관찰하기

이 13개월이라는 시간은 아기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이며 또 다른 연구에서 네 살배기 아이의 엄마들은 자기 아기가 선택한 친구 관계가 평균 2년간 지속되었다고 말했고 조너선과 엘리너가 앞으로 2년 정도 혹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리란 걸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고 앞서 언급한 유아방의 건너편에 교실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는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된 유아 9명이 팸과 앨리슨이라는 두 명의 보육교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으며 그들은 이곳 아기들 사이에 가까운 우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실제로 잠깐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지켜보는데도 둘이서만 노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없고 하지만 이 방에서도 적지 않은 교류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페니와 앤디가 카펫이 깔린 계단 위에 나란히 앉아 있으며 그림책을 보고 있던 페니는 들고 있는 장난감에 대해 시큰둥한 앤디를 보고 자기 그림책을 앤디에게 내밀자 앤디는 그 책의 한쪽 모서리를 잡고 몇 초간 그 그림책을 바라보며 앤디는 이렇게 하라는 뜻이냐고 묻는 듯이 페니의 얼굴을 잠시 살피지만 둘은 그러한 감정의 교류를 이어가는 방법을 알지 못하며 앤디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 책을 놓고 저쪽으로 가버리고 페니의 몸짓과 표정으로 미루어 이런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며 앤디 이것 좀 봐 정말 재미있는 책이지 그리고 페니는 앤디에게서 정말 재미있구나 보여줘서 고마워 나에게 읽어주지 않을래 라는 반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고 물론 둘 다 책을 읽을 줄 모르고 그런 대화를 할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사교적 시도는 거기서 주춤하고 맥이 끊어지고 특별히 가까워 보이는 아이들은 없어도 서로에 대한 호감이나 친밀감은 꽤 눈에 띄고 아이들이 매일같이 주고받는 수많은 상호작용이 서로를 밀치거나 울거나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며 다른 방에 있는 더 어린 유아들이 어른들만을 계속해서 주시하는 반면 이 방에 있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를 의식하고 있으며 이 아이들은 혹시 누군가가 재미있게 갖고 놀 만한 특별한 장난감을 찾아내지 않는지 보고 있다가 너새니얼은 양쪽 끝이 빨간 플라스틱으로 된 투명한 통을 흔들고 있으며 그러다가 동작을 멈추고 공을 집더니 그 공을 통 속에 집어넣으며 공이 바닥에 떨어질 때 재미있는 소리가 나자 너새니얼은 또 다른 공도 개를 연거푸 집어넣으며 이것을 보고 있던 케일라가 또 다른 플라스틱 통을 찾아 이것으로 식탁의 모서리를 치자 팡 소리가 나는 동안 너새니얼이 통을 뒤집자 공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자 케일라는 그중 하나를 집어서 자기가 가지고 있던 통에 집어넣으며 그 둘은 나머지 하나의 공을 서로 가지려고 하는데 너새니얼이 케일라를 앞질러 가고 케일라는 실망한 듯한 표정이며 불공평하다는 표정으로 너 때문에 내가 그 놀이에 흥미를 가졌는데 그것을 빼앗아가다니 라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케일라는 화가 난 얼굴로 얼마 동안 너새니얼을 쳐다보며 너새니얼은 케일라의 실망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너새니얼의 관심은 온통 공과 튜브에만 쏠려 있으며 케일라도 더 이상 공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려는 듯 자기가 가지고 있던 통으로 관심을 돌리고 이러한 마찰은 또 있으며 보모 중 한 명인 팸이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한쪽 다리에 하나씩 몰리와 슈를 앉히고 두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 저스틴도 거기 끼고 싶어 하며 저스틴은 그쪽으로 접근해 마치 후진으로 주차하려는 사람처럼 천천히 방향을 바꾸더니 그들에게 등을 돌려댄 채로 팸의 종아리 쪽에 그러니까 몰리 바로 앞에 자리를 잡자 불행하게도 저스틴이 몰리의 발에 앉아 자리를 파고들려고 하며 몰리는 즉각 볼멘소리를 하며 두 팔로 저스틴을 밀어내고 방바닥으로 쿵 밀려나간 저스틴이 벌떡 일어나더니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듯 팸을 쳐다보고 팸은 아이의 호소를 받아주고 팸은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세 명의 아기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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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사교능력

물론 이 경우는 걸음마를 할 수 있는 아이들 사이의 상호작용 중에서 부정적인 경우에 속하며 즉 자기가 먼저 왔다는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선생님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된 자리다툼인 것이고 15개월만 되어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시때때로 애정에 대한 욕구를 느끼기 때문에 선생님의 무릎이든 그 밖의 무엇이든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고 하지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우정의 전제 조건이며 이 시기의 아이들이 우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으며 그리고 이러한 긴장감은 평생 계속되며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에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욕망과 뭔가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표현의 변화 시기 이 방 아이들이나 유아방의 아기들이나 우정이 시작되는 토대는 같으며 서로에 대해 친근감이 있고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어떤 대상에 대한 선호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며 다만 걸을 수 있는 연령대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한 가지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다가갈 수 있고 서로 협력해서 놀이를 할 수 있으며 그 놀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나 모두들 동시에 그런 단계에 이르는 것은 아니라 보육 교사들은 마른 체격의 곱슬머리 금발 소년 이안을 주목하며 그 아이는 이 방 안에서 사교 능력이 가장 뛰어나고 우리는 방 안을 어슬렁거리면서 아이들에게 놀이를 제안하는 이안을 보고 있으며 이안은 사교적인 면에서 매우 눈치가 빨라 이안은 다른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눈을 돌리지 않으며 이안이 슈와 함께 블록 쌓기 놀이를 시작하며 슈는 블록을 흥미롭게 쳐다보다가 이안이 쌓기 시작한 블록에 자기도 몇 개를 갖다 얹고 이안은 다시 맨 위에 블록을 얻으며 동의를 구하려는 듯 슈의 얼굴을 살피며 슈와 이안은 한동안 같이 놀다가 곧 슈가 워터 테이블로 관심을 돌리고 보육 교사가 아이들을 위해 물놀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고 슈는 몸을 일으켜 그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며 이안은 조금은 당황한 눈빛으로 저쪽으로 가는 슈를 보고 있으며 이안의 얼굴에는 이제 겨우 놀이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벌써 네가 나를 두고 갈 수 있어라는 표정이 어려 있는데 이안으로서는 한 가지 놀이를 시작하고 계속해나가는 것은 자신의 모든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며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그 방에는 이안과 함께 그 놀이를 계속할 만한 아이가 하나도 없고 이안과 같은 방에 있는 친구들은 온갖 것들을 탐구하느라 바빠서 블록이 높이 올라가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친구와 함께 블록 쌓기를 한다는 것이 이안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에게는 너무 무리이기 때문에 이안은 다른 아이들이 좀 더 성숙해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고 사실 이안은 몇몇 친구들이 이 분야 블록 쌓기에서 자기 수준까지 따라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누구와 함께 놀이를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며 한 친구가 사교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와 이안이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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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또래에 비해 인지능력이 발달했고 누군가가 자신을 따라잡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반면에 엘리자는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을 시작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아직 확신을 못 하고 있으며 그 방에 있는 동안 엘리자는 그 방에 들어오는 모든 어른들의 얼굴을 살피며 좀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으니 엘리자가 놀이에 몰두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엘리자는 같은 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흥미를 느끼지도 다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도 못했다.

 

출처 : 또래집단 (마이클 톰슨 외 2012)